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엘라의 일상 속 동화여행

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정체 본문

국내일상

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정체

Ella_엘라 2025. 10. 26. 05:00

○ 50만원의 허탈함

 

2년 세를 살던 1층 세입자가 말도 없이 나갔다. 그리고 알게 된 천장 누수.

 

"아, 장마 때문이겠지.“

 

워낙 오래된 주택이라 비가 새는 거라고 생각했다. 장마가 지나고 쨍한 해가 드러나면 자연스레 해결되겠지.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한 달을 버텔렀다.

 

그런데 비가 그치고도 계속 물이 떨어진다.

 

이건 비가 새는 게 아니다.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일 아닌가. 2층 어딘가에서 새는 게 분명했다.

 

부랴부랴 누수탐지 업체를 불렀다.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장비를 들고 와서 이곳저곳을 확인했다. 결론은 "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"였다.

 

이제 와 생각해보니 장비는 제대로 쓴 게 맞나 싶다. 카메라로 관을 뚫어본다는데 그런 것도 안 한 것 같다.

 

처음엔 보수까지 120만원을 부르더니, 직수도 난방도 아무 문제 없는데 "장비 사용한 검사비 50만원은 내놔야죠.“

 

이해가 안 됐지만 이 사람도 오늘 반나절을 허탕 쳤으니 순순히 내어줬다.

그래도 억울한 마음은 내려놓을 수가 없다. 원인도 못 찾았는데 50만원이라니. 엄마는 그 돈이 아까워 며칠째 한숨만 쉬신다.

 

○ 추리의 시작

 

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. 그럼 답은 하나 아닌가? 2층이다. 2층 욕실에서 물이 새는 게 분명했다.

 

지인에게 하소연했더니 "배수구 쪽 실리콘이 노후됐을 수도 있어. 한번 보수해봐"라는 조언을 들었다. 좋다. 직접 해보자. 어차피 50만원은 날렸고, 업체를 또 부르면 돈만 더 나갈 판이니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.

 

그렇게 나는 2층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퇴근 후 욕실 문을 열었다.

 

경악의 현장

"...이게 뭐야."

 

남자 둘이 사는 집이라는 건 알았다.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.

 

곰팡이가 벽을 점령하고 있었다. 검은 얼룩들이 타일 사이사이, 실리콘 위, 배수구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. 찌든 때는 또 어떻고. "정말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나?" 싶을 정도였다.

 

그런데 보수를 하려면 청소부터 해야 한다. 내가. 직접.

 

한숨을 푹 쉬고 마음을 먹었다. 50만원 날린 것보다는 낫다. 엄마 한숨소리 듣는 것보다는 낫다.

 

○ 5일간 전투

 

일단 기본 총알???(제품들)을 주문했다.

 

곰팡이 제거제, 방수액, 곰팡이 방지 실리콘. 택배가 오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건 청소뿐이었다.

 

핸드폰에 노동요를 크게 틀었다. "일할 때는 신나는 노래지!" 흥을 돋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.

 

1일차 - 곰팡이와의 첫 대면 장갑 끼고, 마스크 쓰고, 솔질 시작. 검은 곰팡이가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"이거 진짜 내가 하는 거 맞나" 싶었지만, 음악을 더 크게 틀고 노동요를 벗삼아 계속 문질렀다. 은근, 벗겨지는 찌든때로 스트레스는 해소되는 듯@@ 아~ 나 의외로 청소에 소질있나? ^^;;

 

2일차 - 찌든 때와의 전쟁 타일 사이 실리콘은 오래돼서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. 낡은 칫솔로 긁어내고, 세제 뿌리고, 또 문지르고. 팔이 아팠다.

 

3일차 - 드디어 말끔 청소를 끝내고 선풍기를 틀어 완전히 말렸다. 며칠 전과는 다른 욕실. 이 정도면 내가 봐도 뿌듯했다.

 

4일차 - 방수액 도포 배수구 주변, 타일 사이, 의심되는 모든 곳에 방수액을 발랐다. 또 말렸다. 또 발랐다. 2차 도포까지 완료.

 

5일차 - 마지막 희망 곰팡이 방지 실리콘으로 마무리하고, 꼼꼼하게 다시 발랐다. 깔끔하게 마감선을 정리하니 왠지 전문가가 된 기분.

 

○ 제발

 

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.

 

1층 천장에서 물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기를. 엄마의 한숨이 멈추기를. 50만원과 총알(?)과 내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게 되기를.

 

아직 확신은 없지만,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.

 

제발. 제발. 제발.

 

노모의 근심을 덜어드릴 수 있기를.

 

1층 세입자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. "혹시... 물 안 떨어지죠?"

 

땀이 난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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